한국 대 핀란드, 스포츠가 아니라 음악 얘기입니다.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최근 잇따라 새 음악감독을 선임했는데, 공교롭게도 핀란드 출신과 국내 지휘자들이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관객들은 모처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해졌습니다. 정연욱 기자입니다.
연습실을 꽉 채운 거대한 음량. 화려하고 웅장한 관현악 선율이 쏟아집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카셀라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음악으로, 부천필의 새 상임지휘자, 장윤성이 취임 공연의 첫 곡으로 선택했습니다. 지난해 7월 박영민 지휘자 사임 이후 객원 체제를 유지해온 부천필. 울산과 창원 등 지역 교향악단들을 이끌어온 중견 지휘자 장윤성이 앞으로 3년간 이끌게 됐습니다.
2019년, 정명훈에 이어 4년 만에 선임된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역시 핀란드 출신입니다. 국내에서 ‘톱2’로 꼽히는 오케스트라를 모두 핀란드 지휘자가 이끌게 된 상황에서, 장윤성의 등장이 국내 지휘자들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장윤성/부천필 상임지휘자 : “국내지휘자가 없어서 그랬다면 우리나라 모든 시스템이 뭔가 잘못된 거죠. 국내 지휘자들에게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기회가 없는데 경험이 생길 수는 없습니다.”]
코리안심포니도 음악감독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공연 관계자들은 높아진 관객 수준과 한정된 지휘자 자원 사이에서 선택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고성준/영상편집:김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