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어스, 단순한 SF를 넘어 인간의 필멸성과 영생의 꿈을 묻다

FX와 디즈니+가 새롭게 선보인 야심작 ‘에이리언: 어스’가 공개 첫 주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단순한 크리처물을 넘어 인간의 존재와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시리즈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영생의 가능성과 그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역설을 탐구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기록적인 데뷔와 성공적인 출발
‘에이리언: 어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공개 후 단 6일 만에 전 세계적으로 92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디즈니+의 대표적인 마블 및 스타워즈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애거사 올 얼롱’이 첫 주 930만 회, ‘애콜라이트’가 5일 만에 1,110만 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에이리언: 어스’의 성공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러한 초기 흥행은 제작진이 계획 중인 총 다섯 시즌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되고 있다.
제노모프를 넘어선 새로운 주인공, ‘하이브리드’
이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익숙한 포식자 ‘제노모프’가 아니다. 물론, 새롭고 끔찍한 외계 생명체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프로디지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의식을 인공 신체에 이식하여 새로운 삶을 얻게 된 ‘하이브리드’, 일명 ‘길 잃은 아이들’이다.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지만, 심장이 멈추고 간이 망가지며 피부가 쭈그러드는 육체의 쇠락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고, 영원히 기능하는 새로운 육체로 옮겨가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에이리언: 어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길 잃은 아이들’은 과거의 기억, 성격,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늙거나 병들지 않는 완벽한 ‘껍데기’ 속에서 살아간다. 제노모프는 이들 주변을 맴도는 사나운 맹수일 뿐, 진짜 이야기는 더 이상 온전한 인간이 아닌 이들의 존재에 대한 고찰이다.
결함 있는 육체와 의식 이전의 꿈
‘에이리언: 어스’의 심오한 메시지는 깊은 우주가 아닌, 인간의 육체 그 자체에 있다. 시리즈는 우리의 살과 피를 질병, 노화, 콜레스테롤과 같은 오류로 가득 찬 ‘결함 있는 소프트웨어’로 규정한다. 그리고 진정한 진화는 우리의 의식, 즉 ‘데이터’를 이 결함 있는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완벽한 새 기계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리즈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공 존재들이 등장한다. 전투와 복종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점차 스스로 생각하기를 갈망하는 군용 신서틱,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인간을 대체하도록 설계된 민간용 하이브리드, 그리고 여러 개의 의식이 주입된 끔찍한 실험체들까지. 이들의 존재는 기술적 진보가 가져올 윤리적, 철학적 질문들을 제기한다.
너무 빨리 태어난 세대의 역설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 생명 공학, 로봇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미래가 언젠가 실현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3D 프린팅으로 장기를 만들고, 감각을 느끼는 의수가 개발되며, 기억을 기록하는 신경 인터페이스에 대한 논문이 매달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진보는 우리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의 손주 세대는 낡은 하드디스크에서 새 디스크로 파일을 옮기듯 자신의 의식을 자유자재로 옮길 것이다. 반면 우리는 영생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약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정작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육체의 베타 테스터’로 남게 될 것이다. 너무 이른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그저 기다리며 시간의 흐름을 지켜볼 뿐이다. ‘에이리언: 어스’는 1979년 개봉한 첫 영화의 직전 시점인 2120년을 배경으로,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신서틱, 사이보그, 그리고 최초의 하이브리드 ‘웬디'(시드니 챈들러 분)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씁쓸한 현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