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과 치밀한 고유성이 빚어낸 K-콘텐츠의 저력
2018년 웹드라마 ‘고벤져스’ 촬영 직전 사석에서 처음 마주했던 신인 배우 강해림은 무척이나 해맑았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이제 막 연기에 발을 들였다던 그는 입꼬리를 시원하게 올리며 에너지를 뿜어냈다. 사람이 저토록 밝게 웃을 수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썸바디’ 속 그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셜 커넥팅 앱 개발자 김섬으로 분한 그의 표정에는 4년 전보다 훨씬 깊어진, 지독하고도 쓸쓸한 기운이 묻어났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고유한 빛, 강해림
그가 연기한 김섬은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인물이다. 환하게 웃다가도 순식간에 감정이 서늘하게 식어버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반응 속도마저 한 박자 느리다. 이 묘한 간극을 완벽하게 채운 건 강해림 본연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였다. 영화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무려 600대 1의 경쟁률 속에서 그를 발탁한 이유도 바로 이 고유성에 있다. 재치 있고 빠른 것만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모든 것을 천천히 파악하지만 끝내 가장 정확한 답을 쥐고야 마는 강해림의 성향이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데뷔 초 연기 폭이 좁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스스로 깨부쉈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공부를 이어갔고,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2017년 ‘아이돌 권한대행’으로 시작해 예능 ‘연애의 참견’, 드라마 ‘라이브온’을 거쳐 단숨에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그는 이제 김희선, 이혜영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가스라이팅’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또 한 번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할 준비를 마쳤다.
7년의 기다림 끝에 증명한 서사의 힘, 영화 ‘출장수사’
배우 개인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있다면, 탄탄한 서사의 힘으로 숱한 악재를 뚫고 나와 가치를 증명한 영화도 있다. 팬데믹과 주연 배우의 불미스러운 음주운전 논란으로 무려 7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박철환 감독의 범죄 액션물 ‘출장수사(The Ultimate Duo)’가 마침내 스크린에 걸렸다. 길었던 공백기가 무색하게도, 정교하게 짜인 각본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강한 폭발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한직인 시골 파출소로 밀려난 불운한 베테랑 형사 재혁(배성우)과 재력을 갖춘 인플루언서 출신 신참 정호(정가람)가 뜻밖의 콤비를 이루며 궤도에 오른다. 시골 교회 헌금함에서 고작 4만 8700원을 훔친 좀도둑이 알고 보니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는 설정이 흥미를 자극한다. 이미 진범(윤경호)이 교도소에 수감되며 종결된 사건임에도, 두 사람은 열혈 검사 미주(이솜)의 조력을 받아 은밀한 수사에 돌입한다. 강남서의 야심가 오민호 반장(조한철)이 훼방을 놓는 가운데, 엇갈리는 진술과 숨겨진 단서들을 파헤치는 과정이 100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완벽한 앙상블이 만들어낸 통쾌한 범죄 스릴러
개봉까지의 험난했던 과정만큼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들의 감회 역시 남달랐다. 2020년 이후 오랜 기간 자숙했던 배성우는 초기 대본 작업부터 애정을 쏟은 작품이 마침내 관객과 만나게 된 것에 짙은 감사함을 내비쳤다. 승진에 누락된 형사라는 익숙한 설정 속에서도, 베테랑의 아집과 신참의 맹점이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뒤바뀌는 지점을 눈여겨봐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 사이 군 복무까지 마친 정가람은 6개월간 무술 훈련에 매진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열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적인 결을 살린 조한철, 비릿하고 불쾌한 포식자의 냄새를 풍기고 싶었다는 윤경호의 섬세한 악역 연기가 극의 밀도를 한층 끈끈하게 엮어낸다. 강해림이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자신만의 속도로 저력을 입증했듯, 7년 만에 봉인이 해제된 이 영화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전개와 주연 배우들의 유쾌한 호흡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빚어냈다. 극장가 성적에 따라 두 형사의 다음 수사극을 기대해 봐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오락 영화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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